프랑스인가 라오스인가?! (feat. 카페)

라오스도 베트남처럼 프랑스 식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막 라오스에 도착한 여행자는 라오스에서 느껴지는 프랑스 문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다 보면 곳곳에서 프랑스의 냄새가 물씬 느껴진다. 그 중 내가 느끼는 가장 돋보이는 프랑스의 냄새는 단연 ‘카페’ 문화이다.

 

아시아는 누들의 대륙이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누들이 메인 메뉴를 차지하고 있고, 다양한 면 요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비슷하듯 라오스는 양질의 쌀 생산 국가이다. 그래서 한국인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다양한 ‘밥’류 식사가 있다. 심지어 누룽지도 말려서 먹는다! 너무 한국과 똑같다! 이런 아시아 국가인 라오스에서 뭔가 이질적이지만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이 빵과 커피를 가진 ‘카페’ 문화이다.

라오스식 바게트 샌드위치, 카오찌 빠떼 (Khao Jee Pate)

아침 일찍 큰 도로가에 나가보면 작은 노점상이 여럿 생겨있다. 그 곳에 반드시 있는 것이 바게트빵 샌드위치이다. 이제는 베트남 음식으로 여겨지는 ‘반미’ 같은 음식인데, 바게트 빵에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넣어 먹을 수 있다. 마치 서브웨이 라오스 길거리 버전 같은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자기 취향껏 만든 바게트 빵 샌드위치를 들고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빵 문화가 어색해서 도시에만 있는 문화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시골 골짜기에 가도 바게트 빵을 까만 비닐 봉지에 잔뜩 넣어서 대롱대롱 오토바이에 달고 내달리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으니 그냥 ‘라오스 음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바게트 빵의 현지화가 놀랍다. 바게트 빵 뿐만 아니라 라오스에서 다양한 프랑스식 빵을 먹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크로와상, 페스츄리, 타르트, 슈 등 아기자기 예쁘고 버터리한 프랑스식 빵을 쉽게 먹을 수 있고 맛도 좋다. 실제 라오스에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외국인이 태국인, 베트남 다음으로 프랑스인일만큼 보이지 않지만 아직도 프랑스의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빵 천국, 라오스! 가격은 4000~6000낍 (400~600원)

아기자기 버터리한 프랑스 빵과 곁들일 커피 또한 라오스에서는 일반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라오스는 엄연히 커피 생산 국가이다. 남부 지방의 고원 지대와 북부의 서늘한 산악 지대에는 넓은 커피 농장이 흔하게 있다. 소규모 생산을 하는 터라 해외 수출까지는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하지만 소규모 생산인만큼 다양성을 가지고 있고, 커피 맛도 일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대규모 커피 생산을 하고 있는 베트남보다 라오스가 훨씬 양질의 커피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프랑스어로 커피를 뜻하는 Cafe(카페)를 라오스 말로도 그대로 사용한다.

 

라오스에서도 크로플이 흔해졌다. 

라오스 도시에는 이곳이 프랑스인가 싶은 카페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야외 테라스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에 크로와상을 썰어 먹고 있는 외국인, 기다란 바게트 빵을 종이 봉투에 무심히 넣어 가슴 한 아름 안고 카페를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이곳이 정말 라오스인가 싶을 때도 있다. 디저트의 나라, 프랑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춰진 상향 평준화된 퀄리티 덕분에 라오스 어느 카페에 들어가도 빵이나 커피 모두 훌륭하다. 막 구운 버터 크로와상 한 개에 약 2000원 정도, 진하게 내린 롱블랙 커피 한잔은 1500원 정도. 맛에 비해 저렴한 가격 또한 매력을 더한다.

 

빵순이인 나는 오늘도 아침마다 맛있는 크로와상을 굽는 길가까지 빵 냄새가 날 것 같은 동네 빵집에 가서 겉바속촉의 버터 크로와상을 와사삭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고소한 주말이다.

C’est b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