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사랑이다. 비어라오!

맥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의 종류 중 하나로 행복할 때는 행복해서 마시고, 슬플 때는 슬퍼서 마실 수 있는 가볍지만 늘 묵직하게 내 옆에 있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한국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오! 이런 맥주가 있다니! 감동적이다!” 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우리나라 맥주는 대체적으로 맛이 없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다수의 의견이기도 하다.)

라거류의 맥주가 원래 가볍고 탄산이 강한 편이지만 우리나라 맥주는 너무 가볍고 풍미가 없다. 풍미가 없는 맥주는 아주 차갑게 먹지 않으면 ‘시원한’ 맛조차 잃어버려 맥주로서 인간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을 모조리 상실해 버리기 때문에 우리나라 맥주는 반.드.시. 아주 차갑게 마셔야 그나마 맥주로서의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다.

수제맥주 컨셉으로 나온 비어라오 시리즈 

라오스에 왔을 때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 중 하나는 맥주이다. 라오스 대표 맥주는 ‘비어 라오’이다. 큰 규모의 산업이 사실상 전무한 라오스에서 비어라오 컴퍼니는 대기업 중 하나로써 라오스에서 맥주의 위상을 알 수 있게끔 한다. 동남아시아의 젖줄인 메콩강을 남북으로 길게 끼고 있는 라오스답게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하여 맛있는 맥주를 만든다.

비어라오는 기본 비어라오 라거를 필두로 비어라오 골드 (좀 더 부드럽고 깊은 맛이 난다.), 비어라오 다크(흑맥주)가 있고, 재작년에 야심차게 나온 신제품 비어라오 IPA, WHITE, HOPPY, AMBER도 있다. 사람들의 다양한 맥주 기호에 맞춰 다양한 종류가 나오고 있어서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얼음 동동 비어라오 한잔 캬아!

더운 나라가 대부분 그렇지만, 라오스에서도 맥주를 마실 때 얼음을 잔 가득 담고 맥주를 부어 마신다. 우리나라 맥주에 얼음을 넣어 먹으면 아마 너무 싱거워서 보리차 맛이 날 것 같지만 라오스 맥주는 얼음과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적당한 탄산기와 적당한 풍미에 시원함이 더해져서 꿀꺽 꿀꺽 목을 넘어가는 맥주와 함께 더위와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라간다.

역시 비어라오 골드가 최고다.

나는 탄산이 적고 좀 더 부드러운 비어라오 골드를 가장 좋아한다. 아쉽게도 비어라오 골드는 500ML 큰 병이 나오지 않아 매번 감질맛나게 360ML로 마셔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한 박스씩 사서 쟁겨놓고 한 병씩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꺼내 마시면 이만한 행복이 따로 없다.

 

라오스 사람들은 술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라오 사람이라면 응당 맥주는 마실 줄 알아야 하며,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체로 술을 즐겨 마시고 좋아하는 한국인은 라오스에서 늘 인기가 많다. 술 하면 어디서 빠지지 않는 나는 라오스 사람들과 마시는 술 자리가 즐겁다. 라오스 술 문화는 우리나라 80년대 느낌이다. 매우 적극적으로 (강제적으로?) 술을 권하고 잔 돌리기 문화도 있다. 원 샷을 강요하는 것 또한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술을 첨잔하는 것이 실례가 아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채워지는 잔 때문에 도무지 내가 얼마나 술을 마시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에피타이저 맥주들 

코로나 이전에는 라오 새해(삐마이)가 되면 라오 친구 집에 모여 밤새 술을 마시며 물을 뿌리고 놀곤 했다. 아기 3명은 거뜬히 목욕시킬 수 있을만한 크기의 수조에 맥주 수백 병과 얼음을 가득 넣어두고 밤새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시던 그때가 문득 그립다. 아, 물론 나는 수백 병을 다 마시기 전에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보통 집으로 탈출해서 돌아와서 사실 그 끝은 알 수 없다. (끝까지 그 자리에 있다가는 그 끝을 알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후기: 비어라오 사진 넣으려고 사진첩을 뒤져보니, 맥주 사진이 너무 많아서 깜놀했다. 맥주만 마시고 살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