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라오스, 대학교 학식을 먹어보자

학식

'학식'이란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구내식당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며, 학생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가리키기도 한다.

돈 없고 배고프던 대학생 시절, 나에게 '학식'은 정말 다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참 정겨운 단어이다.

정량제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국과 반찬을 리필해주시던 학관 아주머니의 인심도 기억나고, 정말 밥 먹을 돈이 없어서 친구가 먹고 남긴 식판을 넘겨 받아 밥과 반찬만을 리필받아 먹던 기억(...), 중고장터에서 정가보다 싸게 나온 식권을 구매해보려고 혈안이 되기도 했다.

식권발급기 앞에서 동기생들과 가위바위보로 내기를 하던 짜릿함도 있었고, 공짜 식권을 얻어보겠다고 식당 설거지 알바를 지원했던, 어쩌다 학과 행사에 자출되기라도 하면 교수님이 쥐어주시던 식권 서너장이 당장 쓸 수 없는 문화상품권보다 든든하던, 그런...시절이 있었다.
(쓰다보니 짠- 한 기억밖에 없는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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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돌아와서,

 

라오스에서 직장을 다니는 (적어도 나같은) 사람에겐 점심을 해결하기란 정말 귀찮은 일 중에 하나다. 물론 먹는 것을 귀찮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하다 말고 배를 채우러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은 마치 볼 일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은 느낌이랄까?

전 직장에선 점심시간에 맞추어 식사를 주문하거나 메뉴를 정하는 것도 (암묵적으로) 막내의 업무 중 하나였는데, 이것도 정말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딱히 먹고 싶은거 없으면 그냥 주는대로 드세요 제발 #$@%#$@#$)

하지만

지금은 너무 감사하게도 학교(사무소) 내 학식 역할을 하는 곳이 있어서, 매일 출근도장 찍듯이 방문하고 있다.

 

DEE COFFEE (디 커피)
라오스어와 영어가 섞여있는 요상한 이 단어는 한국어로
'좋은 커피' 정도로 해석된다.

 

물론, 라오스의 대학교에는 쿠폰을 구매해서 학교 식당에서 상품권처럼 쓸 수 있는 그런 한국식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학교의 규모에 따라 많게는 수십개, 적게는 한 두곳의 식당이 교내에 입점해 있고, 여기서 일반 식당처럼 현금을 지불하고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 된다.

우리학교는 비교적 작은 규모로 단 한곳의 식당이 입점해 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곳은 맛집이다!

식당입구에는 '오늘의 메뉴'로 보이는 각 종 음식이름이 적힌 메뉴판과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다. 요상한 향이 나는 손소독제를 두어번 눌러서 손을 비비면서 카페로 들어가본다.

 

카페의 내부는 매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여기서 주인 아주머니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오와 열을 맞추고 있는 물병과 라면을 보시라)

음식을 주문하기 전, 식당 내부만 보고도 대략 음식이 정갈하고 청결하겠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메뉴판에는 메뉴별로 그림이 함께 첨부되어 있는데, 한국에선 몰랐는데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니 이런 작은 배려가 고객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하게 느껴진다. (특히 나같은 외노자에겐 더욱...더더욱....)

라오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오팟(ເຂົ້າຜັດ, 볶음밥)류 부터, 카오삐약(ເຂົ້າປຽກ, 두꺼운 쌀국수)류와 팟타이(ຜັດໄທ, 볶음면)류 까지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

TIP

현지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한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ຜັດ(팟)은 무언가를 볶았다는 뜻이다.
ເຂົ້າຜັດ(카오팟)은 밥(카오)을 볶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고,
여기에 볶음밥에 들어간 재료를 추가하면 음식을 추측할 수 있다.

ເຂົ້າຜັດໝູ(카오팟무)는 밥과 돼지고기(무)를,
ເຂົ້າຜັດໄກ່(카오팟까이)는 밥과 닭고기(까이)를,
ເຂົ້າຜັດກຸ້ງ(카오팟꿍)은 밥과 새우(꿍)를 볶았다는 뜻이다.

그럼 ຜັດໄທ(팟타이)는 어떻게 해석할까?
글짜 그대로 직역하면 태국을 볶았다는 뜻이 되는데, 뭔가 어색하다.

이는 음식 이름에 엮인 역사적 유래가 있기 때문인데, 나무위키에 의하면...(ㅎㅎ)

 

이 요리의 전신은 '꿔이띠아오 팟(ก๋วยเตี๋ยว ผัด)'이라는 이름으로, 태국 고유 음식이라기보다는 토착화된 중국 음식으로 인식되어 온 요리다. 2차대전 종전 후 정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국민들에게 국수 소비를 장려하고자 했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태국 왕실에서는 꾸어이띠어우 팟에서 중국 식재료라는 이미지를 가진 재료(가령 돼지고기)를 빼고 고유 음식의 이미지를 강화한 새로운 볶음면 요리를 개발하게 되었다.

개발 동기 자체에 민족주의에 호소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기에 음식명에 국호(타이)를 더하여 '팟 타이(팟(볶음)(ผัด)+타이(태국)(ไทย))'이라 명명했다 (출처:나무위키 '팟타이')

 

라고 한다.

어쨋든 기초적인 라오스어만 알고 있어도 이 음식이 대충 어떤 형태와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것인지 유추가 가능하다.

 

 

오늘은 ເຂົ້າໝູຜັດກະທຽມ(카오무팟까티얌)
마늘(까티얌)과 돼지고기(무)를 밥위에 올린 마늘돼지고기덮밥(?)쯤으로 번역되는 음식을 선택했다.

나는 항상 볶음밥류에 반숙 계란후라이를 추가해서 먹는데, 2000kip (한화 200원) 이면 계란후라이를 추가할 수 있어 최고의 가성비지 않을까 싶다.

 

계란후라이의 노른자 부위를 탁 터트려서 덮밥과 함께 한입!

 

흰자부위는 매운 고추를 곁들인 달콤한 간장소스와 함께 한입!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