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도 겨울에는 춥다.

요즘 한국은 크리스마스 쯔음부터 해서 미친듯이 춥다고 한다. 

영하 10도는 그냥 기본🍞이다.

어느 해 겨울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시베리아보다 서울이 더 춥다는 짤이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한국의 겨울을 혹독하고 매섭게 춥다. 

 

동남아에서 겨울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동남아의 이미지는, 더움, 습함, 열대과일, 코끼리, 저렴한 가격, 해변, 배낭여행 등등이 있다. 

이 중에 "더움"과 "습함"은 거의 빠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동남아에도 겨울이 있고, 심지어 춥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라오스도 12월, 1월은 겨울이다. 

외국인들은 이 시기를 대개 "건기(dry season)"이라고 부르지만 (겨울이라고 부르기엔 기온이 너무 높...) 

현지 사람들은 "겨울(winter)" 이라고 표현한다.

 

라오스 겨울에는 아침과 저녁 쌀쌀한 시간에 기온이 약 10~15도 정도된다. 

겨울이라고 해도 낮이 되면 20도 안팎까지 올라가는 편이다. 

물론, 비엔티안 기준으로 이 정도 수준이며 북쪽 지역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은 더 떨어진다. 

우스갯소리인지 모르지만 라오스에서는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소들이 얼어 죽는다고 한다.

(소들도 나랑 비슷한 추위 역치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특히 북쪽 지역에서는 간혹 소들이 얼어 죽는 때가 있다고 하니 "춥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년은 아니지만 북쪽 지역은 가끔 눈도 온다고 한다. 

동남아와 눈은 정말 매칭이 안되는 단어이지만, 사실 동남아에서도 눈을 볼 수 있다!!

(들은 바에 따르면, 함박눈은 아니고 진눈깨비 형태라고 한다.)

2016년 북쪽 지역 라오스 겨울 모습. ㅎㄷㄷ

나는 극!도!로! 추위를 싫어한다. (내가 근 30년간 어떻게 한국에서 살아남았는지 의문스럽다.)

추위에 대한 역치가 매우매우 낮아서 남들은 선선하고 좋다는 날씨도 나는 춥다고 말한다. 

이번 겨울은 11월부터 꽤나 추웠다.

라오스 겨울을 4번째 경험했는데 이번 겨울이 가장 추웠던 것 같다. 

얼마나 추웠는지 발가락이 너무 시려워서 한국에서 사 온 미니 온풍기를 틀고 일해야 했고, 

잘 때는 수면바지를 입고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잤다. 

 

아이러니하게도 라오스에서는 집 안이 집 밖보다 더 추운 경우도 있다. 

라오스 집 구조는 추위는 1도 고려하지 않고, 더위만을 고려한 형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햇빛 차단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해가 잘 안들어 춥고, 바닥도 타일 형태가 많은 편이라 항상 냉골이다.

거기다가 문틀, 창틀의 마감이 어설퍼서 틈이 많은 탓에 웃풍이 든다.

북쪽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전기담요가 필수이다. (한국에서도 전기담요 안 쓰는 나도 라오스에는 가지고 왔다.)

난방시설이나 난방기구가 발달해 있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스스로 살아 남아야 한다.

 

2019년 1월, 북쪽 지역인 시엥쿠앙 주로 출장을 갔었다. 

다들 북쪽 지역이 춥다고는 했지만 어차피 상대적으로 수도 비엔티안보다 추운 것이니 괜찮겠지 싶었다. 

하지만 나는 시엥쿠앙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생각을 후회했다. 

"좀 더" 추울 것이라 생각하고 가디건 하나만 챙겨서 입은 나의 옷차림은 해변의 비키니 수준과 같았달까. 

지역 사람들은 모두 패딩을 입고 있었고 (진심 두꺼운 패딩이었다! 😲)

심지어 귀돌이, 장갑, 목도리 🧣🧤까지 둘둘 말고 다니던 사람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들 내 옷차림을 보고, "여기는 패딩 입어야 돼" 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내가 진심 추워보였으리라... 🥶🥶🥶

하지만 날씨와 밸런스가 하나도 맞지 않게 호텔은 여전히 더위에 최적화된 구조로 웃풍이 시원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밤에는 이가 딱딱 부딪혀서 소리가 날만큼 추웠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추위에 매우 취약하다.)

그나마 30년 전 쯤 할머니 집에서 덮었던 퐈려한 꽃과 호랑이가 그려져있는 무게 1톤급 밍크이불이 있어서 그 아래 깔려서 잠들 수 있었다. 

아마존 잇템이라는 밍크이불. 깔려서 자는 체험 +1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리셉션으로 달려가 제발 전기담요 같은 것 뭐라도 좀 달라고 했다.

리셉션은 친절하게 "에어컨 온도를 올리면 따뜻한 바람이 나와" 라고 친절하게 (근데 너무 늦게) 말해줬다. 

그랬다, 시엥쿠앙에서 에어컨이 온풍기 역할도 하는 신박템이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 온도를 27도 이상 올리니 따뜻한 바람이 나왔다. 

입술 주름이 자글자글 잡힐만큼 건조해졌지만, 그래도 따뜻했다. (온도를 얻고 습도를 잃었다.)

그 해 라오스 찐 겨울 체험은 너무 상상 못할 모습이었지만

그 덕에 나는 이번에 라오스를 올 때 온풍기와 전기담요를 챙길 수 있었으니 좋은 경험(교훈?)이었다고 볼 수 있다. 

 

냉장고 바지도 멋질 수 있다. 패완얼. 

라오스 겨울에는 늘 한국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아무리 동남아가 춥다고 하지만 영하 16도의 나라에서 영상 16도로 오면 천국과 같았으리라. 

하지만 올 겨울은 너무나 조용하고 한산하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관광객들이 다시 (겨울이지만 상대적으로 따뜻한) 라오스를 즐기러 올텐데 안타깝기만 하다. 

하루 빨리 코끼리 그려진 냉장고 바지를 입고 작은 가방을 크로스로 매고 망고쥬스를 들고 다니는

한국 배낭여행자들을 라오스 길거리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