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라오스, 쌀국수

쌀국수

한국에서는 '동남아 음식'이라 하면
깊은 맛을 내는 육수와 푸짐한 고기고명,
탱글탱글하고 쫄깃쫄깃한 면발이 일품인
쌀국수를 쉽게 떠올리곤 한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배달어플을 통해 손쉽게 집에서도
쌀국수를 즐길 수 있는데

사악한 금액과 조미료로 맛을 낸 듯한
천편일률적인 국물맛 때문에

한국에서는 특별히 기분을 내는 날이 아니면
찾아서 먹지 않게되곤 한다.
현지에서는 서민들의 배를 배불리 채워주는
친근한 음식인데
왜 한국만 오면 가격이 현지화 되는 것인지...
(한국에서 유독 스파게티가 비싼 이유와 동일하다)

 

 

각설하고, 주말을 맞아
라오스에서 내가 가장 최애하는
쌀국수집인 '퍼융'을 방문하였다.

'동빠란' 마을에서는 꽤나 유명한 집으로
주말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기에)
많은 손님들이 포장을 기다리거나
식당 내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려고 하면,
푸짐한 인상을 가진 주인 아저씨가
외국인 티를 팍팍내는 나에게
자연스럽게 라오어로 말을 걸어온다.

 

'ຈະກິນຊີ້ນຫຍັງ?'
'ເສ້ັນໃຫຍ່ບໍ່ຫຼືເສ້ັນນ້ອຍ?'
'ຖ້ວຍໃຫຍ່ບໍ່ຫຼືຖ້ວຍນ້ອຍ?'

대략
'어떤 고기를 넣은 쌀국수를 먹겠냐'
'쌀국수 면은 굵은 것으로 먹겠냐 얇은 것으로 먹겠냐'
'큰 사이즈로 먹겠냐 작은 사이즈로 먹겠냐'
는 의미인데

당연히 쌀국수는 소고기지!
당연히 쌀국수는 얇은 면이지!

다이어트 중이니...작은 그릇으로!

라는 생각에 갇혀있어

다른 옵션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아마도 돼지고기나 닭고기 고명도 있기에 물어봤을 거라 추측된다. 

아무튼 주문을 마치고
자리로 들어가면

 

갖은 채소와 소스를 먼저 세팅해주는데
이게 또 별미다.

기본적으로 바질류, 허브류, 상추류의 채소와 숙주, 알록달록 매운 태국고추,
거의 모든 라오스 음식에 들어가는 라임
그리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은 줄기콩을
달콤한 땅콩소스맛이 나는 소스와 함께
내어준다.

나는 특히 저 줄기콩을 사랑하는데,
마치 한국에서 고기집이나 횟집에 가면
오이와 당근을 된장에 찍어먹듯이,

쌀국수가 나오기 전까지
줄기콩을 에피타이저 삼아 섭취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식탁에 세팅되어있는 다양한
소스류 중에 두번째 사진과 같이
거무튀튀한 소스(째오 까삐)가 있는데,

옛날 한국 피씨방에서 판매하던 '오다리'를
갈아서 농축해놓은 듯한 맛이난다.

이 소스에도 줄기콩이나 고추를 찍어먹는데,
한국인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려서
내가 이 소스를 맛잇다고 먹고있으면
현지친구들도 신기하게 바라본다(...)

드디어 주인공 등장!

쌀국수도 가게에 따라 조금씩 구성이 다른데,
이 집의 특징은 호불호가 갈리는
고수를 넣지 않고 대신 식감을 살리기 위해
양파와 파를 푸짐한 고명과 함께 썰어 넣어준다.
(현지사람이라고 모두 고수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 동안 많은 한국인들에게
이 집 쌀국수를 소개해왔는데
맛 없다는 사람은 한명도 보지 못했다.

특히 조미료로는 흉내낼 수 없는 깊으면서도 깔끔한 국물이 일품인데
가게에서 소주를 판다면 쌀국수 한 그릇에 각 1병은 거뜬해보인다!
(심지어 채식주의자 지인도 쌀국수를 시켜 고기고명을 뺀 후 즐길만큼 맛있다)

 

개인의 기호에 맞게 갖은 채소류와 숙주를 넣고 즐기면 된다.

자리 한켠에는 다양한 소스와 갖은 양념등이 구비되어 있는데
본연의 국물 맛을 즐기는 나에게는 별로 쓸모없는 물건들이다.
(현지친구들은 놀랄만큼 많은 칠리소스와 매운 고추기름을 추가해서 먹곤한다)

그럼...

잘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