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하는 K-식품의 인기

요 몇일 전 라오스 친구들과 저녁약속이 있었다. 장소는 신닷집이었고, 얼음 넣은 맥주를 홀짝 홀짝 마시면서 맛있는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막내가 조금 늦게 도착했고, 그녀의 손에는 의문의 검정 봉다리가 들려 있었다. 다들 반가워하며 그 봉지를 열어보니 들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소주였고 심지어 이미 한국에서는 유행이 한참 지난 과일맛 소주였다. 딸기맛, 청포도맛, 맛도 참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모두들 능숙하게 소주병을 까고 맥주에 적절하게 말아서(?) 마시기 시작했다. 오히려 한국인인 나는 소주를 좋아하지 않고 라오스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쩌다보니 나만 빼고 모두 소주나 소맥을 마시는 분위기가 되어 아이러니함은 느꼈다. 

Jinro is BACK. 최근 소주도 들어오고 있다.

소주 한병 15000낍 (약 1500원)

 

라오스에서는 어느 편의점에 가든, 어느 슈퍼마켓에 가든 한국 소주를 쉽게 볼 수 있다. ‘순하리’와 같이 한국에서도 판매하는 소주도 있는가 하면, 한국에서는 본적도 없는 이상한 이름의 소주들도 있다. 수출용으로만 만들어지는 소주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특히, 라오스에서는 00맛 소주가 인기가 많다. 그냥 소주는 독하고 강한 알코올 맛이 나서 쉽게 마실수 없기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00맛 소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라오스 사람들끼리 있는 자리에서 소주 마시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고,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소주 좋아하냐, 자기는 소주 좋아한다 등의 대화가 쉽사리 오고가곤 한다. 

언제부터 소주가 이렇게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는지 놀랍다. 

 

라오스 사람이 만들어 파는 김치

요즘 또 체감하는 K-문화의 인기 상품 중 하나는 ‘김치’이다. 유산균이 풍부하여 건강에도 좋고 오래 보관해서 겨우내 먹을 수 있고 만드는 방법과 재료만도 수천 수만가지에 이른다는 그 한국의 김치이다. 다행히 라오스에서는 김치를 그 누구도 ‘기무치’라고 발음하지 않고 김치는 한국의 음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김치가 인기가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처음 라오스에 왔던 3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김치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지는 않았다. 한국 식당이나 한국 식료품점에서나 볼 수 있던 것이 김치였는데, 이제는 라오스 사람들이 직접 김치를 담궈서 파는 곳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고 광고판에는 어색하고 삐뚤빼뚤한 ‘김치’라는 한국어를 적어놓아서 라오스 사람들이 보기에는 매우 이국적인 느낌과 함께 진짜 한국 음식을 알고 만드는 곳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 싶다. 한국인이 보기엔 너무나도 ‘짭’스럽지만 어떤 맛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실제 몇 번 라오스 사람이 직접 담근 김치를 먹을 일이 있었는데, 라오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내 입맛에는 한국 김치보다 더 달고 신맛이 강한 느낌이었다. 한국인 입맛에는 별로지만 라오스 사람들은 없어서 못먹는다고 하니, 김치가 그야말로 ‘핫’한 음식이 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BTS 등 K-POP의 인기로 한국 문화가 널리 알려지고 전세계적인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매일 지나치는 동네에서 ‘김치’라고 크게 적힌 어설픈 간판을 보고, 친구들이 소주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들고 올때면 한국 문화의 위상과 인기가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내가 함께 일하고 있는 라오스 직원은 오징어젓갈을 무척 좋아한다. 처음에 ‘오징어를 양념에 주물거린 무엇’이라고 설명해서 무엇인지 한참 고민했었는데, 알고보니 오징어젓갈이었다. 

한국 식료품점에 들를 때마다 그가 생각나서 오징어젓갈을 한 개씩 구입하여 주면, 그는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오늘 저녁은 정말 맛있을 것 같다고 좋아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음식이 한국 음식이라는 것에 뭔가 모를 뿌듯함이 있는 라오스 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