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화(火)를 다스려야한다

화

 

요즘 화가 많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했던가...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스트레스가 몸 안 가득 차버리고 결국엔 한번씩 화를내며 터트리게 된다.

 

그런데, 이게 골 때리는 것이

 

또 터트리고 나면 마음이 후련하고 기분이 시원한 것이 아니라 찜찜하고 끝도 없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화라는 것은 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신기한 녀석이다. 아마 성격탓도 있겠지...화로 인해 몸이 힘들고 마음이 병들고 있다.

 

나의 MBTI는 INTJ에, 혈액형은 AB형이다.

 

아마 위 두가지 성격유형과 혈액형을 보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을 것인데, 내 성격과 아주 정확히 들어맞는 편이다. 바로 '완벽주의자' (...)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제 각기 사람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분야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일'이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왜 사람들은 일을 대충 할까?' 라는 생각을하고, 결과물이 마음에 들기전까진 휴식과 마감은 없다. 

 

 

워커홀릭

 

일에 미친듯이 매몰되어 있다. 생활을 위해서 일을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위해서 생활을 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보니 사생활이 거의 없고, 모든 시간은 일에 맞춰져 있다. 주말에도 온통 일생각 뿐이다.

 

오히려 나를 꾸미는 행위(바지 하나 사면 무릎에 구멍날때 까지 입는다)나 집안 정리(주말마다 여기저기 던져져있는 빨래감을 모으는게 일이다), 냉장고(텅 비어있음) 등 사생활에 완벽을 추구하진 않는다. 심지어 해외생활 중 공인인증서가 만료되어 전세대출금을 빌려서 값기도 했다(...) 가끔은 이런 내 성격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일에 미쳐있나...심지어 돈을 많이 버는 분야도 아니다.

 

Management

 

개인적으로 프로젝트의 꽃은 '관리(Management)'라고 생각한다. 시간 관리, 성과 관리, 리스트 관리, 예산 관리 등 시작 부터 끝까지 관리할 것 투성이다. 

 

과거에는 나름 분야에선 대기업에서 일 했었는데 대기업답게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맡은 업무만 처리하면 되고, 시스템이란 기계속에서 매뉴얼에 따라 하나의 부품처럼 근면성실하게만 일하면 되었다. 그러다 오지랖이라도 부려, 누구도 하고싶지 않아하는 일을 맡아서 성과를 내기라도 하면 '능력있다' 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어려운 일도 없었지만 책임감도 적었다. 

 

현재는 작은 기업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현지에서 진행되는 사업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데, 함께 일하는 직원이 단 두명이다(...) 시스템은 없고 (이제부터 내가 만드는 것임) 업무 매뉴얼은 당연히 없다 (이것도 내가 만드는 것임) 심지어 회사 내 축적되어 있는 업무양식이나 자료 등 축적된 데이터도 없다 (전임자가 하드를 밀고 도망갔나(?)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어쩜 이렇게 하나도 없을까 싶은 상황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쥐어 짜서 만들어가도 '당연한 것'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렵고 버겁다. 대우는 없고 책임감만 넘쳐난다.

 

그러나

 

일하는게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사업장을 보며 성취감에 빠져있고 내일은 어떻게 사업을 성장시킬까...? 아무것도 없는 0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걸 보면...마치 내새끼를 낳아 기르면 이런 기분일까? 온통 사업생각 뿐이다. 

 

아마 나의 화의 근원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게 아닐까?

 

반성

 

일에 애착이 크다보니, 너무 잘 하려고만 한다.

어쩌다 이렇게 일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허허

글을 쓰다보니 더욱 혼란스럽다.

 

'잘하고 싶다.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을 보면 

짜증이 솟구친다.

 

충분히 통제 가능한 사항이고

하나부터 열까지 확인을 했음에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변수들을 마주하면

힘이 빠지고 머리가 멍해진다.

 

그게 한 번, 두 번...쌓이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한계에 도달하면

화를 쏟아내고, 그렇게 타인에게 불편한 사람이 되고,

 

그런 타인의 시선을 마주할때면,

내 스스로도 불편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러지 말아야지, 초연해야지

해탈해야지, 뭐든 잘할 수 없어

스스로 다독여보다가도

 

가슴이 멍해지고 마음이 먹먹해진다.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드는 밤이다.

 

조금은 내려놓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