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머리하기 (feat. Chic Hair)

해외생활을 하다보면 별것 아닌듯 하지만 은근 신경 쓰이는 것이 '머리하기'이다. 

다행히(?) 난 여자이고, 거의 항상 긴 머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자주 머리를 자르거나 관리하지는 않아도 된다. 

(남자들은 진짜 귀찮을 것 같다..)

1년 전 쯤 한국에서 한국식으로 세련되게 자르고 펌도 하고 라오스에 왔다.

1년이 지나고 나니, 머리가 길다 못해 허리에 닿으려고 한다.

태생적으로 힘이 없는 내 머리카락은 길이가 길어지면서 더 힘이 없이 축 늘어지기 시작했고,

정수리에 딱 붙어 도령님st.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쁘게 한 펌도 이제 머리 끝에 간신히 '웨이브'를 표현하고 있는 상태다. 

 

휴우, 때가 왔다. 미용실에 가야 한다. 

그 전에는 한국인이 하시는, 간판도 없어서 알음알음 소문으로 알고 가는 탑시크릿(?)을 갔었다. 

말이 다 통한다고 머리가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 나는 다시 적합한 미용실을 찾아 다녔다. 

라오인 친구 중 어리고, 세련되고, 최근에 시크릿 염색도 해서 트렌디함을 뽐내는 친구에게 머리 어디서 하면 좋은지를 물었다. 

"Chic Hair를 가봐."

오우, 이름부터 시크라니, 마음에 든다. 

 

Chic하지는 않은 미용실 내부

퇴근 후 당장 달려갔다. 이름과는 사뭇 다르게 미용실 외관은 그냥 동네 미용실이다. 

위치도 너무 쌩뚱맞다. 

하지만 안에는 이미 이렇게 애매한 시간에 머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머리 잘하는 곳이라는 느낌!)

들어가면서 당당하게 말한다. 

" 파사 앙낏 다이 버? (영어 할 줄 아십니까?)" 

내 머리를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는지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라오어로는 불가능하다. ㅠ

다행히 미용실 원장님이 영어를 좀 하신다. (주인이 영어를 좀 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좀'만 가능하다.)

 

"머리를 조금 자르고, 머리 웨이브를 넣고 싶어요." 

(계산기를 두드린다.) "87만낍이에요." 

"네, 해주세요."

(의자에 앉는다. 뭔가 디테일하게 요구를 하지 않은 것 같아 다시 말한다.)

"음, 근데 제 머리카락이 얇아서 힘이 없어서 정수리부터 말아주세요. 그리고 정수리에 볼륨도 좀 넣어주시고요."

(누가봐도 금액 추가 각이다. 다시 원장님이 계산기를 두드린다.)

"120만낍이에요." 

(놀라운 가격이다. 한국돈으로도 10만원이 넘는다.)

".........., 네, (저에게 선택이 뭐 있나요?) 해주세요."

(이 때 약간 내 목소리가 떨렸다고 장담한다.)

 

샴푸를 하고, 머리를 빗고, 머리를 말리고 자르기 시작한다. 

그래도 원장님이 직접 잘라주셔서 조금은 VIP 느낌이다. 

뭔가 대충 자르는 듯 한데, 놀랍게도 잘 자르신다. 대충의 미학이다. 

쎈스있게 옆머리도 만들어 주시고, 약간의 층을 넣어서 머리가 너무 무겁지 않게 잘라주신다.

이 노련함이란...!! 

 

머리를 예쁘게 잘 자르고 나니 1kg은 줄어든 것 같다. 벌써 가볍고 좋다. 

이제 펌을 할 차례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디지털펌을 했다.

약을 바르고 구르쁘(?)로 돌돌 만 뒤, 그 위에 열선을 끼워서 외계인처럼 기계에 주렁주렁 달아서 열을 주는 방식이다.  

원장님이 바쁘셔서 보조가 머리를 말아주는데 너무 어설퍼서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보다못한 원장님이 다시 오셔서 예쁘게 말아주셨다. 

 

이런 방식의 주렁주렁 

기계에 주렁주렁 머리를 달고, 나는 꾸벅꾸벅 졸았다. 

졸다가 가끔 발작(?)도 일으켜서 주변 사람들이 키득거려 너무 창피했다. 

미용실에 오면 왜 이렇게 졸린지, 누가 보면 내가 머리 다 만 줄 알것같다.

구르쁘를 다 풀고, 특별히 요청한 정수리 뽕을 정성스레 넣어주신다.

하나하나 고데기로 볼륨을 넣는 작업인데 하고 나니 진짜 다른 정수리가 되었다. 

오우, 전문가다!!

 

정수리 볼륨 UP UP!

 

다시 샴푸하고 드라이하고 나니 머리가 퐁실퐁실 볼륨감이 넘친다. 

생각보다 머리도 많이 안 상한 듯 하다. 

머리하길 잘 했다. 

 

라오스에서 머리하면서 좋다고 느낀 점은, 

1) 말이 안 통하니 서로 쓸데없는 대화를 안해서 너무 좋다. 그래서 편하게 웹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 느림의 미학이 가득한 라오스인데, 머리는 엄청 빨리 잘한다. 펌 잘 안나오는 머리라 한국에서 머리하면 4-5시간 기본인데, 여기는 3시간 컷이다. 나이쓰!

3) xx펌, oo펌, 이름도 어려운 요상한 펌을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웨이브' 하나면 알아서 예쁘게 말아준다. 

 

즐거운 미용실 체험이었다. 

이제 최소 1년간은 미용실 안가도 된다. 유후!! 좋다! (머리하기 매우 싫어하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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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

- 라오스에서 머리함

- 컷+디지털펌 하는데 120만낍, 약 12만원 (생각보다 비쌈주의)

- 머리 잘 나와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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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 Hair Professional 정보

 

위치:  https://goo.gl/maps/1nsGt5ZenxPGjsLS7

영업시간: 오전 9시 - 오후 8시

https://www.facebook.com/pages/Chic-Hair-Professional/288867837866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