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새해 맞이

라오스에 살다 보니 1년에 새해를 3번 맞이한다. 
첫 새해는 1월 1일, 전 세계가 축하하는 그날이다. 공휴일이 귀한 라오스에서도 1월 1일 신년 새해는 쉬는 날이다.

12월 31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큰 광장이나 식당 등지에 모여 카운트다운을 하며 1월 1일을 맞이한다.

불꽃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비교적 높은 건물에 살고 있는 나는 그날 공짜로 불꽃놀이를 실컷 구경했다. 
    
두 번째 새해는 한국 구정이라 불리는 음력 새해이다. 음력 달력을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대부분 음력 새해를 더 크게 여겨서 한국을 비롯하여 베트남, 중국 모두 음력 새해를 국가의 큰 명절로 쇤다. 베트남에서는 뗏이라고 하고 하고, 중국에서는 춘절이라고 한다.

라오스에는 많은 베트남 사람과 중국 사람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음력 새해가 되면 마치 우리나라 새해의 모습처럼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자기 나라로 명절을 쇠기 위해 돌아가거나 가족들과 설맞이 행사를 한다. 음력 새해 즈음 거리를 다니다 보면 중국 가게들을 돌며 복을 빌어주는 사자춤 행렬을 흔하게 볼 수 있고, 도로 곳곳에 빨간 등불 모형과 빨간 옷, 폭죽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선다. 베트남 절에는 빨간 옷을 예쁘게 차려 입고 신년 복을 빌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늘 베트남 절 앞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는데 극심한 교통 정체 때문에 그 길에 들어선 나 자신을 얼마나 책망했는지 모른다. 들어보니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나라처럼 뗏 전에 조상의 묘지에 방문하여 묘를 치우고 절을 하고 온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성묘와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라오스에서 느끼는 뗏과 춘절의 느낌은 뭔가 묘하다.
    
 세 번째 새해는 라오 새해인 ‘삐 마이'(New Year란 뜻)로 4월 중순쯤에 있다.

라오스에서는 삐 마이라고 하고, 태국에서는 송크란, 미얀마에서는 틴잔이라고 한다.

4월에 새해가 있는 이유는 무더운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는 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경 사회에서 비가 오는 시기는 중요하기 때문에 이 때를 기준으로 새해를 나눈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삐 마이는 라오스에서 가장 큰 명절로, 보통 3일을 쉬지만 사실상 거의 한 달간 일을 안 한다고 보면 된다.

(4월에는 일이 진행이 안된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 필수!)

 

삐 마이 때에는 서로의 손과 발에 물을 뿌리며 복을 빌어주는데, 이 문화가 이상하게 커져서 서로에게 (너무나 신나게) 물을 뿌리고 노는 날처럼 되어 버렸다. 실제 태국 송크란 때나 라오스 삐마이 축제 때는 사람들이 자기 몸만 한 물총을 들고 다니면서 물을 쏘고,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아 뿌리면서 ‘쏙디 삐마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도의 뜻)’를 외친다. 라오 새해에서 물을 뿌리는 것은 중요한 의식인데 약간은 변질된 느낌이 있지만 새해를 조금은 격하게? 축하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작년 삐마이 때에는 코로나 때문에 아무 행사도 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올해는 물 좀 뿌리고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해 동안 새해를 3번이나 맞이하다 보니 좋은 점은, 1월 1일 세웠던 계획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도 두 번의 기회가 더 있다는 것이다. 오늘 나는 1월 1일에 세운 신년 계획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조금 조정을 했다.

4월이 되면 한번 더 조정을 해서 가장 현실성 있고 실현 가능한 계획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역시 ‘삼세판’이 최고다. 
    
나의 2022년 두 번째 새해인 오늘, 모두들 쏙디 삐마이(ໂຊກດີ ປີໃຫມ່) !